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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계 공동체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나?”

한국 계성高 학생들, 포덤大 ‘LEADERSHIP & GLOBAL DEVELOPMENT’ 프로그램 참여

뉴욕일보 | 기사입력 2024/08/02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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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세계 공동체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나?”
한국 계성高 학생들, 포덤大 ‘LEADERSHIP & GLOBAL DEVELOPMENT’ 프로그램 참여
 
뉴욕일보   기사입력  2024/08/02 [01:24]

  © 뉴욕일보

포덤 대학이 운영하는 'Leadership & Global Development'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 계성고등학교 학생과 인솔자들. 미국역사에서 정신적 수도로 불리는 필라델피아를 방문 중이다.

 

한국에서 온 한 무리 고등학생들의 배움 열기가 이미 뜨거운 중복(中伏)의 뉴욕을 더욱 달구고 있다. 서울의 ‘계성고등학교’ 학생들은 유엔본부가 있는 뉴욕의 포덤대학(Fordham University)과 연계해 더 나은 세계 공동체를 위해 각자가 무엇을 할 수 있나 생각하고, 배우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포덤대학의 ‘SUMMER INSTITUTE for LEADERSHIP & GLOBAL DEVELOPMENT’에 참여하고 있는 ‘계성고등학교’ 팀을 ‘뉴욕일보’가 만났다.

 

여름 방학을 이용해 어학연수와 문화체험을 위해 한국에서 단체 또는 개인으로 뉴욕을 방문 하는 학생들은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계성-포덤’ 프로그램은 다르다. 지난 2015년 유엔은 ‘지속가능발전 2030의제’를 채택했다. 더 나은 세계 공동체를 위한 비전이다. 모두 다섯 개의 영역의 17개 지향점이 설정되어 있다. 

 

이 목표들이 이상주의 구호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삶과 교육현장에서 구체적 실천과 행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계성-포덤’ 프로그램은 인류가 살아 남기 위해 필요한 이상의 우물을 파기 위한 삽질과 같다. 이 우물은 물론 세계 공동체가 같이 파고 그 물은 공유한다. ‘계성 고등학교’의 교육 이념인 ‘사랑, 정의, 평화’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2주 동안 뉴욕을 베이스로, 계성고 학생들은 오전에는 포덤대학 강사진과 대화를 나누고, 오후에는 현장 체험을 한다. 예를 들어 지난 26일 이들은 필라델피아를 방문했다. 이에 앞서 25일에는 미국의 탄생속에 ‘형제애’란 뜻의 도시 필라델피아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특강을 들었다. 

 

또 29일에는 루스벨트 아일랜드의 ‘Four Freedoms’ 공원에 다녀왔다. 이곳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유럽과 아시아가 세계 대전의 불길에 휩싸여 있던 1941년 1월 선언한 4개의 자유를 되새기기 위해 만들어졌다. “언론과 의사 표현의 자유” “신앙의 자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공포로부터의 자유”는 미국이 지켜야 하는 인류 보편적 가치라는 뜻을 담고 있다.  지식과 체험이 합쳐질 때 삶의 지혜가 나온다. 이 프로그램의 비전이다.

 

수능, 입시, 취업의 세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교육 풍토에서 인류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주제로 한 연수 프로그램의 책임자들과의 대화는 감동과 우려를 동시에 갖게 한다. 하지만 이 감동과 우려는 희망으로 이어짐을 체험한다.

 

  © 뉴욕일보

계성고등학교 교장 민혜숙 효임 골룸바 수녀

 

- [질문] ‘SUMMER INSTITUTE for LEADERSHIP & GLOBAL DEVELOPMENT’ 참 좋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무척 이상적인 프로그램이란 생각이 든다.

▲ [답변] (교장 민혜숙 효임 골룸바 수녀) : 성서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를 생각한다. 멸망을 앞두고 있는 죄악의 도시가 구원 받을 수 있었다. 의인 10명이면 가능했다. 지금 인류 공동체가 열병을 앓고 있다. 치유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의로운 의사가 필요하다. ‘계성 고등학교’는 의인 하나를 키우는 일에서 시작하려 한다. 인내하고 간구하며 꾸준히 ‘계성-포덤’ 같은 프로그램을 지속하면, 성서의 표현대로 의인 10, 30, 40, 나중에는 50도 가능하다 생각한다. 학생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많으신 학부모님들에게 인성이 지도력을 형성하고, 지도력이 곧 학력과 능력이라 말씀드린다.

 

- 가치 중심의 교육을 입시 위주의 교육 현장에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 (최필규 인솔 교사. 계성고 영어 교사) : 대학 시절을 즐겁고 의미 있게 보냈다. 그 때 얻고 간직한 교육 또 지적인 가치를 교실에서 펼치고 싶지만 한계가 있다. 시험 문제 풀기 능력도 가르쳐야 한다. 이런 한계 상황에서 벗어나, 다양한 민족과 문화, 이해집단이 공존하면서 ‘상호호혜 相互互惠)’의 가치를 찾고 지키는 최고의 현장 교실 뉴욕에 왔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말 그대로 학생들은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수능을 넘어 삶을 고민하는 모습을 본다.

 

- 구체적으로 뉴욕의 어떤 모습에서 배움의 가치를 발견하나?

▲ (최필규 교사) ; 더불어 사는 세상이 어떤 곳인가를 생각해 보는데 뉴욕이 교육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공원에 갔는데, 그곳에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는 곳이었고, 이 공동체에는 동물도 포함되는 것을 보았다. 공원은 사람만 와서 쉬고 즐기는 곳이 아니라, 이곳에서 동물들도 자기 공간이 있고 보호 받는다는 생각을 했다. 동물원 방문에서도 느꼈다. 신기한 동물을 관람객들에게 무리하게 노출시켜 눈요기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었다. 동물들이 어느 정도 보호받고 있는 상태를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그들의 공간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형태였다. 이런 가치와 생활상을 우리 학생들이 지금 체험하고 있다. 언젠가 그들의 삶 속에 재현되길 바란다.   

 

-영어 능력 향상, 문화 체험을 넘어 가치 교육을 위주로 하는 프로그램이 많은데, ‘계성-포덤’ 연수의 특징은?

▲ (황세정 인솔 교사: 계성고 영어 교사) : 대학 수준의 오전 강의가 우리 학생들에게 쉽지 않다. 만족할만큼 내용을 소화해 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결같이 교수님들이 자신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그게 첫 번째 긍정성이다. 둘째는, 지금은 어려워도, 이  배움이 앞으로 학생들의 의식과 삶에 방향성을 제시 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지금 당장 열매를 거두는 배움이 있다면, 씨앗이 되어 더 큰 삶의 농사가 되게 하는 교육이 있다. ‘계성-포덤’은 씨앗을 뿌린다. 세 번째 장점은 학생들에게 무엇인가 만들어 내도록 인도하는 커리큘럼이다. ‘지속가능한 발전목표’는 한국에서도 많이 교육한다. 의식적 기초는 형성되어 있다. ‘계성-포덤’ 프로그램의 마지막에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것인가를 발표한다.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자신이 더 큰 세상, 공동체의 일원으로 글로벌한 책임이 있음을 인식 하는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 뉴욕일보

유엔의 지속 가능 발전 17개 목표

 

-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계성’ 학생들에 대한 포덤대학의 생각과 느낌은?

▲ (조희명 교수: 포덤대학  Associate Director of Institute of American Language and 

Culture) :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한 학생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 여름을 맞아 해외에 잠시 놀러가는구나 하는 생각에서 죄책감 마저 있었는데, 오전 수업에서 내용 뿐만 아니라 진지한 배움의 ‘태도’를 배우고, 오후엔 길거리에 있는 모든 것을 눈과 마음에 담으면서 많이 느꼈다. 자신의 꿈에 대해 더욱 자신이 생겼다는 학생들의 고백에서 ‘계성’ 팀의 진지함이 우러난다.   

 

◆ 가톨릭 학교의 교육 철학

지금은 정보의 홍수, 인터넷의 범람 시대이다. ‘계성 고등학교’ 홈페이지도 다른 학교들 처럼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그 중에 눈에 띄는 페이지가 있다. 교장 선생님의 인사말이다. 학생과 학교의 성공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계성의 교육 공동체는 학생들이 ‘자기’라는 질그릇 속에서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한 보물을 찾도록 돕는 소명을 다하고 있습니다.”라 말한다. 또 교육은 “미지(未知)로 부터 해방되어 삶의 자유를 얻어가는 여정”이란 표현도 만난다. 수녀로서, 20년 가까이 국어 교사로 봉직했고, 2021년 '계성고등학교'에 취임한 민혜숙 교장이 할 수 있는 영성, 문학적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이런 교육 철학은 ‘계성’의 것만은 아니다. ‘계성’이 속해 있는 가톨릭 교육 공동체의 치열한 자기 성찰에 뿌리 내리고 있다. 약 2주 전 한국가톨릭학교 회장회 76명의 학교장은 한국 교육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자기반성을 발표했다.

“한국 가톨릭학교는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된 인간이 존엄성을 살리고 각자의 개성과 자유를 펼치며 이웃, 문화, 자연 등 다른 존재와 더불어 조화를 이루는 교육을 꿈꾸어 왔습니다. 그러나 생명력 넘치는 교육을 과감히 실현하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학교 교육이 학생들 간의 경쟁을 유도하며 대학입시 결과에 갇혀 있음을 알면서도 생명 교육, 복음화 교육을 중심에 두지 않았습니다.”

이 교육에서의 “내 탓이오” 외침은 새로운 목표 설정으로 이어진다. “기필코 스스로 진로와 삶을 개척하는 자기 주도적인 사람, 편하고 빠른 길보다 옳은 길을 선택하는 사람, 생태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 나와 우리 의 행복을 존중하는 사람,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며 인향(人饗)과 미소를 나누는 사람을 양성하는 공교육을 이루어 낼 것을 믿습니다” 이다. 

‘계성 고등학교’는 미주 동포사회를 향한 비전도 갖고 있다. 한국어 연수, 산업 시찰 등을 넘는, 동포 학생을 위한 가치 중심의 연수 프로그램 가능성도 믿고 있다. 

‘계성’은 미션스쿨이 아닌 일반 고등학교지만, 교육 이념은 가톨릭 신앙에 기초하고 있다.  “가톨릭 정신”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거의 80년을 “지적, 인격적, 영적 품위를 높이는 교육을 위해 열정과 사랑을 쏟았다”는 민혜숙 교장은 “학생들을 배움 안에서 겸손과 슬기, 사랑을 길어내도록 안내해 왔다”며 미주 한인 가톨릭 공동체와의 협력, 협업의 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계성’의 교육 목표인 “사랑하고 감사하는, 자율적이고 정직한, 실력 있고 창의적인 사람”이 동포 학생들에게도 뿌리내릴 수 있기를 바란다는 희망으로 들린다.

 

▶계성고등학교 : 1944년 ‘계성여자 상업전수학교’로 개교했다. 2016년 학교 이전(서울특별시 성북구 길음동)과 함께 남녀공학 고등학교로 전환했다. 전체 학생 수는 870명이고 교장, 교감을 포함해 교사는 67명이다. 인성, 자주성, 창의력을 강조하는 교육 철학이 주목을 받는다.

▶ 포덤대학교 : 1841년 ‘세인트 존스 칼리지’로 설립된 가톨릭 예수회 계열을 사립명문 대학교이다. 1907년 포덤대학교로 개명했고 현재 브롱스와 맨해튼에 캠퍼스가 있다. 약 1만7천 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예수회 전통에 따라 학문적 깊이, 인성 중심, 사회 정의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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