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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美대륙횡단 마라톤 강명구씨 114일만에 워싱턴DC 백악관앞 도착
3,150마일 완주… 6월5일 유엔본부 앞 도착 예정
 
뉴욕일보   기사입력  2015/05/26 [00:00]

 뉴욕의 평범한 한인 강명구씨(58)가 드디어 ‘나홀로 마라톤’으로 미 대륙횡단에 성공했다.

 

아시안 최초로 ‘나홀로 美 대륙횡단 마라톤’에 도전한 강명구씨가 지난 2월1일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해변을 출발, 114일만인 25일 오전 11시40분 워싱턴DC 백악관 앞에 도착함으로써 대장정에 성공한 것이다.

 

통상 미국 마라톤계에서는 LA에서 워싱턴DC까지를 공식적인 대륙횡단으로 인정한다. 강명구씨는 26일 오전 백악관 앞을 출발, 10일만인 6월5일 최종목적지인 맨해튼 유엔본부 앞에 도착할 예정이다.


◆ ‘나홀로’ 3,150마일을 뛴다 = 강명구씨는 미 대륙 서부끝 태평양 연안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동부끝 대서양 연안의 맨해튼까지 3,150 마일(약 5040km)을 ‘나홀로’ 달리고 있다.


강명구씨는 지난 2월1일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출발, 114일만인 25일 워싱턴DC 백악관 앞에 도착, 미 대륙횡단에 성공했다. 강명구씨는 125일만인 6월5일 목표지점인 맨해튼 유엔본부 앞 함마슐트 광장에 도착할 예정이다.


대장정에 나선 강명구씨는 하루에 마라톤 정규거리인 25마일 정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강명구씨는 캠핑용 자동차나 아무 조력자도 없이 유모차를 밀며 혼자서 달리고 있다. ‘아이언맨’ 상표의 특수 유모차에는 잠을 자기 위한 텐트와 침낭, 식량과 취사도구, 옷 등 최소한의 생필품이 실려 있다.

 

강명구씨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아무런 보조 기구도 없이 손수 길을 찾아 오직 혼자서 유모차를 밀려 3,150 마일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맨몸으로 달려도 힘든 여정을 100파운드 가까운 무게의 유모차를 밀면서 뛰고 있다. 그야말로 ‘살인적 강행군’이다.


마라톤과 숙식, 길잡이 등 모든 것을 혼자서 챙겨야 하기 때문에 무리해서는 장기간 동안 달릴 수 없다는 생각에서 하루 달리는 거리는 20∼25마일 정도로 잡았다.

 

LA부터 뉴욕까지 3150마일을 완주하려면 최소한 126일이 소요된다. 물론 부상 등 돌발상황이 생기지 않고 하루에 평균 25마일씩 정상적으로 전진해야 4개월만에 완수할 수 있는 그야말로 ‘대장정’이다. 그는 하루 5시간-12시간까지 뛰며 온갖 고난과 싸우고 있다.


◆ 왜 달리나? = 평소 늘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하며 살던 강명구씨는 환갑(60세)을 2년 앞두고 무언가 더 명확하게 자기 자신을 규명하고 싶었다. 자신의 삶에 변화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동차용 액서사리 수입·판매 사업을 하다 이를 정리하고 퀸즈 아스토리아에서 2년간 ‘서울분식’을 운영하던 강명구씨는 고민 끝에 미 대륙횡단 마라톤을 생각했다. 그것도 아무런 도움이 없이 ‘나의 의지와 근육만으로’ ‘나홀로’ 달려서 대륙을 횡단하고 싶었다.


그러나 엄두도 낼 수 없었다. 조력자도 경비도 아무 것도 준비된 것이 없었다. 잠자리조차 어떻게 될지 몰랐다. 막막했다. 그 가운데 “어짜피 태어날 때 빈손으로 태어난 몸, 준비한다며 어영부영하다가는 시도도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늘에 모든 것을 맡기고’ 우선 달리기로 했다.


‘나 자신을 찾아서…’라는 마라톤의 목적에 마침 올해가 조국분단 70년의 해이기 때문에 우리 민족의 숙원인 ‘남북 퉁일과 평화를 위해서’를 덧붙였다. 아무 힘없는 개인이지만 그래도 한민족의 구성원인데 통일과 평화를 위해서 무언가는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극한의 레이스를 평범한 사람이 58세의 나이에 뛰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너 미쳤냐!?”며 한결같이 말렸다.

 

그러나 그는 "LA에서 뉴욕까지 아무 도움도 없이 오직 나의 의지와 근육만을 사용해 달리는 것을 오래 전부터 꿈꿔왔다.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분단 70년을 그냥 넘길 수야 없지 않느냐. 조국의 통일이 내가 달리는 길보다 더 멀고 험해도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더욱 가까이 느껴질 것이라는 믿음을 모든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자신과 함께 죽음의 대장정에 나설 유모차 앞에 한반도 이미지를 배경으로 '남북평화통일 LA to NY'이라는 배너를 붙였다.


◆ 죽음의 길 = 강명구씨는 일주일만인 2월7일 캘리포니아 산버나디노 카운티의 소도시 유카밸리에 도착했다.


강명구씨가 달리는 길은 힘들고 외로운 것만은 아니다. 달리는 길에서 만나는  한인들은 유모차에 달린 ‘남북평화통일’ 배너를 보고는 모두가 장하고 고맙다며 박수를 보낸다. 강명구씨는 “저를 처음 보는 분들이 한국인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로 뜨거운 마음으로 도와줘 감격스럽다. 우리 모든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 유전자처럼 가지고 있는 통일의 작은 불씨를 모으면 통일의 열망은 다시 훨훨 타오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난관은 곧 닥쳐왔다. 서부 3개주(캘리포니아, 유타, 아리조나)에 걸쳐 있는 모하비 사막 통과는 위험을 넘어 ‘지옥’ 같았다. 애리조나주에 들어서서 텍사스를 통과할 때까지 한 달여 간 황무지와 사막을 달려야 했다. 이곳은 100마일을 달려도 집 한 채 만날 수 없는 그야말로 ‘천성천하 유아독존- 나홀로’ 구간이 많았다.


강명구씨는 이 구간을 달릴 때 “대륙 횡단 마라톤은 북극 탐험과 달나라 여행 같이 아련한 선망의 대상이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은 바로 경이로움과 함께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사막의 모래먼지만큼 작은 인간이 도저히 버텨내지 못할 것 같은 어마어마한 대자연 앞에 당당하게, 그러나 겸손하게 맞서는 불굴의 정신을 매 순간마다 확인하며 달리고 있다”고 일기에 적었다.


강명구씨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든 시련을 이겨내야 했다.

 

모하비사막을 무사히 통과 한 것에 대해 “모르고 한 번 달릴 곳이지, 알고는 두 번 달릴 곳은 아닌 사지였다”고 말한다.

 

사막을 통과하니 눈보라치는 험산준령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리조나주, 뉴멕시코주 등은 해발 1,900~2,000 피트에 도로굴곡이 극심했다. 수십 마일을 달려도 인가 하나 없는 황무지가 끝도 없이 펼쳐졌다. 유카밸리로 넘어가는 구간에선 한 밤중 길을 잃고 들짐승과 마주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새벽 6시에 길을 떠나 거리와 행로를 GPS를 통해 표시해주는 시계의 배터리도 다 되고 몸의 에너지도 다 방전돼 다음날 새벽 2시께 목적지에 간신히 도착하는 일도 있었다.


유모차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아이스박스가 없기 때문에 고기 등 상할 수 있는 음식은 싣지도 못하고 통조림으로 며칠을 버티는 날도 계속됐다. 인가를 찾지못해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서 야영하는 날도 있었다.


◆ 인생의 의미를 깨달으며 = 황무지나 사막을 벗어나 ‘길’을 찾았어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갓길이 없는 도로도 꽤 있었다. 총알같이 차량이 과속으로 스쳐 지날 때마다 몸이 휘청거렸다. 밤이 이슥할 때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극도로 위험했다. 한번은 경찰차가 그를 발견하고 날이 밝으면 가라고 4마일 떨어진 모텔의 약도를 그려줬지만 불빛도 보이지 않는 사막이었다. 결국 그 자리에 텐트를 치고 곤한 잠을 청했다.


강명구씨는 “내비게이션과 구글 맵을 이용해 한참을 따라왔는데 길이 없어졌어요. 스마트폰의 지도 앱 몇 개를 켜고 씨름해도 하나는 왔던 길을 돌아서 높은 산을 올라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오래 전에 없어진 길로 안내를 하더군요. 세상에서 제일 빠르게 업데이트 한다는 구글 맵도 그럴진대 삶의 길을 인도하는 인생의 안내서는 어떻겠어요. 다만 필요한 것은 용기를 내서 도전해보고 실패를 해도 좌절하지 않는 것이라고 다짐하며 달렸다”고 말한다.


한 모텔에선 모처럼 샤워도 하고 밀린 빨래도 했는데 한참 달리다 빨래를 두고 온 게 생각이 났다. 그러나 온 길을 돌아갈 수가 없어 옷가지를 잃고 말았다.


하지만 나쁜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모하비 사막에선 리처드라는 현지 도로국 감독관이 그가 달리는 것을 보고 중간에 샌드위치와 물 등 비상식량을 조달해주기도 했다. 그이가 아니었다면 폐쇄된 도로 때문에 사막 한가운데서 미아가 될 뻔 했단다.


가끔은 기쁨도 있었다. "날씨가 정말 좋아서 텐트도 치지 않고 그냥 침낭 속에 누웠어요. 밤하늘의 별들이 아이맥스 영화관에 들어온 듯 찬란하게 빛나더군요. 저렇게 맑고 깨끗한 것을 바라보니 내 눈빛도 맑아지고 마음도 찬란해졌습니다. 사막이 척박하다고 누가 말했나요. 풍요로운 햇살과, 대지에 충만하게 흐르는 기(氣),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와 바람 그리고 밤하늘에 맑게 빛나는 별들이 있는데요. 내가 흘리는 땀이 사막을 적실 수는 없겠지만 아무도 없는 사막에게 조그만 위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명구씨는 64일만에 예정된 거리의 절반을 돌파했다. 지난 4월5일 아칸소주 포트 스미스를 통과, 1600마일(약 2560km) 지점을 지났다.


◆ 6월5일 맨해튼 유엔본부 앞 도착 예정 = 미 대륙의 중부부터는 뜻밖의 응원군을 만났다. 권이주(70) 뉴저지육상연맹 회장이 강명구씨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해 몇 구간을 함께 달리기로 하고 지난 5월6일(강명구씨가 달리기 시작한지 95일째) 테네시 녹스빌에서 강명구씨와 합류하여 7일~9일 함께 뛰었다.

 

강명구씨가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 너무 위험하다며 만류하기도 한 권 회장은 레이스가 시작되고 나서 거의 매일 통화를 하며 조언과 격려를 하고 있다.


5월11일엔 뉴저지에서 유세영씨가 합류해 함께 뛰었다. 강명구씨는 5월25일 워싱턴DC로 내려온 권이주씨와 함께 아미스빌 타운에서 백악관 앞까지 28마일을 뛰었다.

 

이날 워싱턴DC 한인마라톤협회 도호은 회장 등 회원들도 동반역주 했다. 강명구씨의 초인적 마라톤 도전- 126일 3,150마일의 완주를 위해 동포들이 온 마음으로 함께 달리고 있는 것이다.


26일 백악관 앞을 풀발한 강명구씨는 6월5일 목표 지점인 맨해튼 유엔본부 앞에 골인할 예정이다. 아마 이 순간 수많은 동포들이 모여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도전자’ 강명구씨의 쾌거를 ‘내가 해낸 일인양’ 자랑스러워하며 박수를 보낼 것이다.

 

△강명구씨 휴대전화: 917-412-9424

 


<송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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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5/26 [00:00]   ⓒ 뉴욕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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