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인이민사박물괸 관계자들이 14일 뉴욕한인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뉴욕한인회관에서 박물관을 철거할 수밖에 없는 연유와 입장, 향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해더 최 부이사장, 이광량 이사, 김민선 관장, 이정화 이사장, 김사라 재무
이민사박물관, 뉴욕한국문화원 신청사(KCCNY)에 ‘임시 거처’라도 마련해야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관장 김민선, 이하 이민사박물관)이 뉴욕한인회관에 개관한지 6년여만에 철거 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김민선 관장, 이정화 이사장, 해더 최 부이사장, 이광량 이사, 김사라 재무 등 이민사박물관 측 관계자들은 14일 뉴욕한인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물관을 철거할 수밖에 없는 연유와 그에 따른 향후 대책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김민선 관장은 “미주한인이민의 역사와 문화을 간직하고 차세대 동포사회의 정체성을 키워나가야 할 이민사박물관이 뉴욕한인회와 리스 재계약이 불발됨에 따라 부득이 뉴욕한인회관에서 이민사박물관을 철거해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동포사회에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철거가 완료되는 대로 박물관의 소장품과 전시물 등은 뉴저지에 있는 ‘터보 스포츠 홀딩스(대표 정영인, 이민사박물관 이사)’ 창고에 보관한 후, 새로 옮길 장소가 정해지면 곧바로 이전을 단행하겠다. 이민사박물관의 기능이 중단됨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적의 장소 중의 하나로 맨해튼 32가에 들어선 ‘뉴욕코리아센터(KCCNY)’ 복도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한 이정화 이사장, 해더 최 부이사장, 이광량 이사, 김사라 재무 등 이민사박물관 관계자들은 “뉴욕한인회관은 38대 뉴욕한인회 소유가 아니다. 함께 사용해야 한다. 뉴욕일원 동포들이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마련한 뉴욕 동포사회의 자산(건물)이다. 이민사박물관도 마찬가지이다. 뉴욕한인회 안에 있으나 독립된 비영리기구로서 박물관장이나 이사들이 주인이 아니다. 동포사회와 동포들이 주인이다.
강익조 한인회장(17,18대) 때 뉴욕한인회가 회관 구입에 앞장섰기 때문에 뉴욕한인회가 기득권을 가지고 회관 사용권과 운영권을 행사해 왔다. 그 기득권을 인정한다. 하지만, 33대 민승기 뉴욕한인회장 사태로 인해 뉴욕한인회가 유례 없는 난관에 처해있을 때, 당시 새로 뉴욕한인회장에 당선된 김민선 회장(34, 35대)이 그동안 뉴욕한인회가 지녀온 악성 채무와 그와 관련된 법적 문제, 낙후된 회관 문제 등을 해결하고, 동포사회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시켜 나가기 위해 이민사박물관을 뉴욕한인회관에 설립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이에 동포사회의 합의가 이루어졌고, 이러한 동포사회의 합의와 당위성에 입각해서 2018년 3월, 뉴욕한인회 공간과 벽을 활용한 이민사박물관이 탄생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박물관 건립 설치비용에만 약 70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됐다. 이 중 30만 달러는 뉴욕한인회에 대여금 형식으로 선지급됐다. 40여만 달러는 한인회관 보수 및 이민사박물관을 건립하는 시설비로 사용됐다. 당시 박물관 운영권을 놓고 뉴욕한인회에 귀속시켜 한인회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도 논의됐었으나, 이민사박물관의 특수성과 전문성, 기금 모금의 효율성 등을 고려해 별도의 비영리단체로 이사회를 구성해 운영하기로 당시 35대 뉴욕한인회 이사회에서 확실하게 의결했었다. 때문에 같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지만, 뉴욕한인회 내에 공존하는 독립된 기구로서의 법적 효력을 갖기 위해서 별도의 리스 계약이 필요했다. 따라서 이민사박물관 측은 뉴욕한인회에 30만 달러를 대여금 형식으로 선지급했고, ‘일반 상용리스 조건이 아닌 한인회에 속한 독립기구로서의 5년 리스, 5년 옵션의 10년 리스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 연유로 첫 번째 년도와 두 번째 년도는 월 10달러였고, 마지막 해인 지난달 1월 렌트비는 546달러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38대 뉴욕한인회에서 5년 옵션을 받아주는 조건으로 546달러에서 6,000달러를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렌트를 받지 않고 박물관을 지원해야 할 책무를 지닌 한인회가 본질을 망각한 것이다. 기존 렌트비에 5% 이상 요구해서는 안 된다. 2개월 이상 인내하며 협상을 해왔지만 현 한인회측에서 더 이상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있지 않았고, 인간적 자괴감과 배신감까지 느끼게 했다. 제3자를 통한 협상까지도 시도했지만 막무가내였고, 협상보다는 또 다른 의도가 숨어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동포사회의 또 따른 분란과 혼란이 야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민사박물관 이사회에서는 일단 철거한 후 임시 거처를 마련해 보기로 한 안을 채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역사가 없으면 현재가 없고 현재가 없으면 미래가 없다. 동포사회뿐 아니라, 주류사회 정치인, 아티스트들과 함께 행사할 때마다 우리는 박물관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고, 그들은 부러워했다. 이제는 한 세기를 넘기고 또 한 세기를 바라보는 121년의 기나긴 소중한 미주한인이민자들의 역사와 문화, 정체성, 2세・3세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만 한다. 10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고 생각한다. 더 멋진 이민사박물관을 위한 여정일 뿐이다”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미주이민사박물관에 대한 동포사회의 변함 없는 관심과 성원을 요청했다. [이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