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청 출범이 의미하는 것
[이기철 / 재외동포청장]
이륙을 알리는 기내방송이 흘러나왔다. 대통령의 6월 19~24일 프랑스, 베트남 순방이 시작됐다. 보름 전 출범식에서의 책임감은 서울 공항이 멀어져 감에 따라 무게감을 더해 갔다. 초대 재외동포청장으로 재외동포들에게 처음으로 직접 인사를 드리는 자리다.
6월 19일 저녁. 라데츠키 행진곡이 낮게 깔리며 긴장감 속에서 시작된 프랑스 동포 만찬 간담회는 이내 뿌듯한 마음으로 채워졌다. 어릴 적 모국을 떠난 입양 소녀는 문화부 장관을 지냈고, 한불 가정의 2세는 디지털부 장관이 되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피아니스트·바이올리니스트·화가 등 문화예술인, 유럽 유력 연구소의 동포 과학자들, 유명 기업 임원인 동포들이 자리를 같이했다.
6월 22일 점심. 베트남의 여름 날씨 때문인지, 300명이 넘게 참여한 베트남 동포 오찬회의 열기 때문인지 베트남의 역동감이 뜨겁게 느껴졌다. 박항서 감독은 양국의 레전드가 되었고, 동포 체육지도자들은 각종 국제대회에서 베트남의 기적을 일구고 있다. 동포 기업인들의 땀과 눈물로 양국 교역은 수교 당시에 비해 200배 가까이 성장했다. 한·베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합창대로 꿈꾸는 세상이 펼쳐진 듯했다.
대통령께서는 인류가 당면한 복합위기에 해법을 제시할 부산 박람회 개최에 동포들이 힘을 모아 달라고 했다. 한국은 재외동포를 보호, 지원하고 재외동포는 모국을 위해 좋은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조국과 재외동포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한민족 공동체 구축의 좋은 사례가 프랑스와 베트남에서 있기를 기대한다.
6월 5일 재외동포청은 역사적인 출범을 했다. 750만 동포의 기다림과 염원에 윤석열 대통령이 화답하고 약속을 지킨 결과였다. 재외동포청과 함께 탄생한 재외동포기본법은 제1조 '목적'에서 재외동포 사회와 대한민국이 함께 발전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나아가 인류의 공동 번영과 세계 평화의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동포들이 거주국에서 단단히 정착하고 주류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주류사회에 뿌리를 내리더라도 한국을 잊어버리지 않도록, 재외동포청이 한글·한국 문화 교육을 지원하고, 또 이를 전파할 것이다. 또한 당당하고 자랑스러운 우리 동포들이 서로 연결되고, 또 대한민국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동포청이 그 연결고리 역할을 할 것이다. 동포청이 정계, 재계, 학계, 문화·예술계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우리 동포들을 촘촘히 연결해 글로벌 한인 동포사회와 모국이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모국은 동포들이 어디에 있건 홀로 아프고 눈물 흘리도록 하지 않을 것이다. 아픈 역사로 고통받은 우리 동포들, 모국 발전에 자신을 희생한 동포들, 새롭게 한인이 된 다문화 동포들, 동포청이 꼼꼼히 챙기고 따뜻하게 보듬을 것이다. 동포들이 자랑스러운 한인(韓人)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동포사회 네트워크로 촘촘히 연결돼 대한민국과 동포사회가 함께 발전하는 미래, 함께 가는 큰 우리를 파리, 하노이에서 보았다.
뉴욕일보 한국지사 편집부